50년 만에 찾은 학교

지구 한 바퀴를 돌아 돌아 다시 제자리에 온 듯 크게 심호흡을 해보는 시간이다. 문장 제목이 그렇지 아니한가? 까마득한 그 때 그 13세 소녀 수옥이로 돌아가본다. 이 눈도 침침한 내가 꿈 많던 그 시절로 회상해 본다는 것은 축복이다. 어려서부터 난 엄마를 좋아했나보다. 참 당연한 아이의 마음이었다지만 난 유독 심청이 노래를 참 좋아했다. 심청이의 그 효심을 꼭 닳고 싶었으니까. 그러니 노래조차도 심청이의 노래가 좋을 수 밖에. 왠지 흥얼거리고 싶다. “공양미 삼백석을 절에 바치며 아버님의 멋있는 눈 뜨시게 되면 이 한 몸 더 바랄 것 있아오리까. 불효여식 심청은 팔려 갑니다.” 참 이 노래를 가르쳐 주신 선생님이 누구인지조차 기억을 못했을까? 반성해보네. 오직 심청이만 각언됐을까? 아, 그 노래의 심청 아버지는 내겐 13세 나의 졸업을 앞두고 우리 아버지는 세상을 뜨셨다. 그 때 나의 결심은 홀로 된 우리 엄마 오남매의 젊은 과부라고 불리는 남편없는 여자셨다는 그 불쌍한 나의 엄마는 내가 심청이가 되어야 함을 결심하게 된 동기가 되었다. 무슨 큰 효녀가 된 것인 양 말이다. 내 나이 지금 63세! 딱 50년 후 현재의 나! 이제 내가 그토록 좋아했던 엄마를 한 줌의 재로 땅에 묻어 드린지 한 달이 넘어가는구나. 난 지금 내 몸은 어디에 앉아 있는가? 서울, 그 유명한 한양 아니던가. 철원 산골 그 시절 통학하는 친구가 부러워 까치발로 담 사이 살짝 그 교복이  멋있고, 입고 싶고, 그래서 운을 살 땐 곤색 후레야 스커트에 흰 블라우스, 그것도 비스듬하게 칼라를 흉내 내어 맞춰 입곤 했지. 요즘 말로 짝퉁학생!

그렇게 흉내를 내어보곤 했다. 지금은 짝퉁이 아닌 정직한 명품일세. 일성여자중학교 1학년 4반 담임, 아니 요즘은 용어가 학급 경영자라 하셨다. 지구 한 바퀴 돌아 제자리  앉고 보니 흰 머리에 걸음도 조신하니 넘어질 세라 언덕을 헉헉  오르내린다. 희망찬 새 학년이 분명한데 참 분명한데, 난 지금 심호흡하며 삶을 되돌아보고 있다. 무식하기 때문에 무식했기 때문에 지혜롭게 삶을 살고자 철학책을 읽고 묵상하고 그렇게 지혜롭게 인생을 엮어내었다고 스스로를 위안하며 겪어 내왔다. 이제 나의 시간은 꿈꾸는 소녀가 아님을 잘 안다.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인생이 계획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한순간 영원처럼 살고 싶다. 내 한 사람으로 인하여 그 누군가 기쁘고 위안이 된다면 감사한, 하나의 촛불이라도 되었음을 만족한다.

바로 이 학교!

이 곳 스승님!

이 곳의 이념에!

바로 나에겐 하나의 촛볼이심에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